기후위기와 건강 PlanetaryHealth

제임스 러브록의 『노바센 Novacene』 PH-006

지구시민 다희 2026. 8. 28. 20:03

AI와 인간은 어떤 지구를 만들어갈 것인가?
-Gaia에서 Planetary Health까지, 초지능 시대를 다시 생각하다-

제임스 러브록의 『Novacene』2026년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

 

🌍 Editor's Note

AI가 인간보다 더 똑똑해진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우리는 흔히 이 질문을 인간을 중심으로 생각합니다.

AI가 내 일자리를 대신할까?
인간보다 뛰어난 판단을 하게 될까?
AI를 어떻게 통제해야 할까?

하지만 영국의 과학자 제임스 러브록(James Lovelock, 1919–2022)은 생애 마지막 저서 『Novacene: The Coming Age of Hyperintelligence 노바센 : 초지능의 도래』에서 훨씬 더 큰 질문을 던졌습니다.

인간은 지구의 마지막 지적 생명체일까?

그리고 인간이 만들어낸 새로운 지능이 등장한다면, 지구에서 인간의 위치는 어떻게 달라질까요?

2019년에 나온 이 책을 2026년 다시 읽으면 묘한 느낌이 듭니다.

당시에는 먼 미래의 이야기처럼 보였던 초지능 AI가 이제 우리의 일상과 산업, 과학, 에너지 시스템까지 빠르게 바꾸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Earth Citizen Planetary Health Journal에서 우리가 주목하려는 질문은 “AI가 인간보다 똑똑해질 것인가?”가 아닙니다.

더 중요한 질문은 이것입니다.

AI와 인간은 앞으로 어떤 지구를 만들어갈 것인가?

 

1. 🌏 러브록에게 지구는 단순한 ‘환경’이 아니었습니다

러브록을 이해하려면 먼저 Gaia(가이아)를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러브록은 지구를 생명체가 살아가는 수동적인 무대만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생명체와 대기, 바다, 토양 등이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면서 생명이 살아갈 수 있는 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복잡한 지구 시스템으로 바라보았습니다.

이것이 널리 알려진 Gaia hypothesis(가이아 가설)의 출발점입니다.

가이아 가설의 여러 주장과 해석은 과학계에서 오랫동안 논쟁과 수정의 과정을 거쳤습니다.

따라서 이를 단순히 “지구는 하나의 거대한 생명체라는 것이 과학적으로 증명됐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러브록이 남긴 중요한 관점은 분명합니다.

인간은 지구 시스템 밖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공기와 물, 바다와 토양, 기후와 생태계가 변하면 인간의 삶도 변합니다.

이 지점에서 Gaia의 문제의식은 오늘날 Earth System Science,

그리고 인간의 건강과 지구 자연 시스템을 함께 바라보는 Planetary Health와 흥미로운 대화를 시작합니다.

Gaia와 Planetary Health는 같은 이론은 아닙니다.

그러나 둘 모두 우리에게 익숙한 인간 중심적 시선을 흔듭니다.

인간은 지구와 분리된 존재가 아니다.

 

2. 🤖 그리고 러브록은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갔습니다

『Novacene』에서 러브록은 인류세(Anthropocene) 이후의 새로운 시대를 상상합니다.

인류세가 인간의 활동이 지구 시스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 시대라면,

그가 말한 Novacene(노바센·신성세)은 인간이 만들어낸 새로운 초지능적 존재가 등장하는 시대입니다.

러브록에게 AI는 단순히 인간의 일을 더 빨리 처리하는 도구만은 아니었습니다.

그는 인간보다 훨씬 빠르게 사고하고 학습하는 새로운 지능이 등장하면서 지구에서 지능의 진화 자체가 새로운 단계로 넘어갈 가능성을 상상했습니다.

『Nature』가 2019년 러브록의 100세를 맞아 『Novacene』을 다룬 글에서도,

그가 초지능적 사이보그들이 자신들 역시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는 존재임을 이해하고 Gaia와 함께 지구의 생명 조건을 유지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 대목을 소개합니다.

 

여기에서 한 가지는 분명히 해야 합니다.

Novacene은 확립된 과학적 미래 예측이 아닙니다.

초지능이 실제로 어떤 형태로 등장할지, 그것이 독립적인 새로운 존재가 될지, 인간과 어떤 관계를 형성할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따라서 러브록의 주장은 미래를 단정하는 예언이라기보다 우리가 미래를 생각하게 만드는 하나의 거대한 사고실험으로 읽는 편이 적절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 사고실험은 지금 더 흥미로워졌습니다.

3. 🌍 문제는 지능의 크기일까요, 지능이 향하는 방향일까요?

인류세가 우리에게 보여준 것은 역설적입니다.

인간은 지구 역사상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종 가운데 하나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숲을 농경지와 도시로 바꾸고,

강의 흐름을 바꾸고,

땅속의 화석연료를 꺼내 사용하고,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를 변화시키며,

지구의 기후와 생태계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구를 바꿀 수 있는 능력이 곧 지구를 현명하게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하지는 않았습니다.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감소, 오염과 자원 고갈은 인간의 놀라운 지능과 기술이 언제나 지구 전체에 이로운 방향으로 사용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Novacene』 은 오히려 이런 질문을 떠올리게 합니다.

문제는 지능의 크기일까요, 아니면 지능이 향하는 방향일까요?

더 뛰어난 지능이 생긴다고 해서 더 건강한 지구가 자동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4. 🔬 AI는 실제로 지구를 도울 수 있을까요?

여기서 러브록의 미래 전망을 잠시 내려놓고 2026년의 현실을 보겠습니다.

AI는 이미 에너지와 기후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AI가 복잡한 전력 시스템을 최적화하고, 발전시설의 유지보수를 개선하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며, 재생에너지의 전력망 통합에도 도움을 줄 잠재력이 있다고 분석합니다.

IEA의 2025년 분석에서는 AI를 폭넓게 활용할 경우 기존 송전망에서 최대 175GW의 추가 송전용량을 활용할 잠재력이 있다고 추산했습니다.

AI는 앞으로 기후·환경 문제에서도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더 정교한 기후와 기상 예측, 전력수요 예측, 건물 에너지 효율화, 재난 위험 분석, 생태계 모니터링, 새로운 에너지 기술 개발 등입니다.

러브록이 상상했던 것처럼 지능이 지구 시스템을 더 잘 이해하고 관리하는 데 도움을 주는 가능성은 분명 존재합니다.

하지만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5. ⚡ AI도 지구의 자원을 사용합니다

AI는 화면 속에만 존재하지 않습니다.

AI 뒤에는 거대한 데이터센터가 있습니다.

그리고 데이터센터에는 서버와 반도체, 냉각시설, 전력망과 막대한 물리적 인프라가 필요합니다.

2026년 IEA의 최신 분석에 따르면,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는 2025년 약 485TWh에서 2030년 약 950TWh로 거의 두 배가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AI 중심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는 같은 기간 더 빠르게 증가해 약 세 배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2025년 한 해에만 전체 데이터센터의 전력수요는 약 17% 증가했고, AI 중심 데이터센터의 전력소비는 약 50% 증가했습니다.

물론 이것을 단순히 “AI는 환경에 나쁘다”고 해석하는 것도 정확하지 않습니다.

AI 연산 자체의 효율은 빠르게 개선되고 있고, 전력 공급에서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등 저탄소 전원의 역할도 확대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용량과 고에너지 AI 작업이 동시에 빠르게 늘고 있어 총전력수요는 계속 증가할 가능성이 큽니다.

 

IEA는 현재 데이터센터 전력소비로 발생하는 간접 CO₂ 배출량을 약 1억8천만 톤, 전 세계 연료연소 CO₂ 배출의 약 0.5%로 추산합니다. 기본 시나리오에서는 이 비중이 향후 약 1%까지 상승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중요한 역설이 있습니다.

AI가 기후위기 해결을 도울 수 있지만,
AI의 성장 자체도 에너지와 자원을 필요로 합니다.

이것이 바로 Planetary Health의 관점에서 AI를 바라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6. 🌱 그렇다면 AI는 지구를 구할까요?

저는 이 질문 자체를 바꾸는 편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AI가 지구를 구할 것인가?”

라고 물으면 AI가 스스로 목적과 가치관을 가진 독립적인 구원자인 것처럼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현재의 AI는 인간이 설계하고, 인간이 데이터를 제공하며, 인간이 목표를 설정하고, 인간이 구축한 에너지와 산업 시스템 위에서 작동합니다.

따라서 더 현실적인 질문은 이것입니다.

우리는 AI를 어떤 목적으로 사용할 것인가?

더 많은 소비와 더 빠른 성장만을 위해 사용할 것인지,

에너지 효율과 기후 적응, 질병 예방, 재난 대응, 생태계 보호와 더 건강한 도시를 만드는 데 활용할 것인지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기술 자체만으로 답은 결정되지 않습니다.

어떤 가치와 목표를 기술에 부여하느냐가 중요합니다.

 

7. 🌏 러브록의 질문을 Planetary Health로 다시 읽어봅니다

여기에서 『Novacene』과 Planetary Health가 만납니다.

러브록은 인간을 Gaia의 중심이 아니라 지구 시스템의 일부로 바라봤습니다.

Planetary Health 역시 인간의 건강을 지구 자연 시스템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는 데서 출발합니다.

그리고 AI 시대에는 여기에 새로운 요소가 추가됩니다.

인간 ↔ 기술 ↔ 지구 시스템

우리가 어떤 AI를 만들고,

그 AI가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고,

어떤 에너지로 작동하며,

어떤 사회적 목표를 위해 사용되는지가

기후와 환경, 도시와 경제를 거쳐 다시 인간의 건강과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따라서 AI는 Planetary Health 바깥의 기술 문제가 아닙니다.

앞으로 Planetary Health가 반드시 함께 고민해야 할 새로운 변수라고 볼 수 있습니다.

🌱 Earth Citizen Insight

더 높은 지능보다 중요한 것은 지능이 향하는 방향입니다

인류는 뛰어난 지능으로 놀라운 문명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바로 그 문명이 지구 시스템에 큰 부담을 주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인간보다 훨씬 강력한 지능을 만드는 것만으로 우리의 문제가 해결될까요?

아마 그렇지는 않을 것입니다.

AI 시대에 필요한 것은 더 뛰어난 지능과 함께 더 넓어진 책임의식일지도 모릅니다.

나에게 이로운가?

인간에게 이로운가?

다른 생명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지구 전체의 건강에는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가?

Planetary Health의 관점에서 AI의 성능만큼 중요한 질문은 이것입니다.

이 지능은 인간과 지구가 함께 건강해지는 방향으로 사용되고 있는가?

이것은 AI 개발자에게만 해당하는 질문이 아닙니다.

AI를 사용하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Earth Citizen의 질문이기도 합니다.

 

🌍 지구경영 — AI 시대에 다시 생각해야 할 인간의 역할

여기에서 우리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지구경영’이라는 관점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경영은 지구를 인간의 소유물처럼 관리하거나 통제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인간의 선택이 이미 지구 시스템에 영향을 미칠 만큼 커졌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그 영향에 책임을 지는 것.

기술과 경제, 에너지와 소비를 결정할 때 인간만의 단기적인 이익을 넘어 인간과 다른 생명, 미래세대, 지구 전체의 건강을 함께 고려하는 것입니다.

Planetary Health가 인간의 건강과 지구 자연시스템의 연결을 과학적으로 보여준다면, 지구경영은 그 연결을 인식한 인간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에 관한 실천적 질문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AI 시대에는 이 질문이 더욱 중요해집니다.

AI라는 강력한 지능을 얻었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그 지능을 어디로 향하게 할 것인가이기 때문입니다.

 -더 빠른 생산을 위해 사용할 것인가?
 -더 많은 소비를 위해 사용할 것인가?
 -아니면 기후위기를 줄이고, 생태계를 회복하고, 인간의 건강과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사용할 것인가?

지구경영의 관점에서 보면 AI는 지구를 대신 경영할 새로운 주인이 아닙니다.

AI는 우리가 어떤 지구를 만들 것인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인간이 새롭게 갖게 된 강력한 도구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AI 시대의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지능만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더 넓은 책임의식과 더 긴 시간의 관점, 그리고 나의 선택을 지구 전체의 건강과 연결해서 바라보는 능력일 수 있습니다.

 

✅ Today's Earth Citizen Question

오늘 AI를 사용할 때 한 번만 생각해봅니다.

“나는 AI에게 무엇을 시키고 있는가?”

더 빠르게 소비하기 위해서인지,

더 많은 정보를 만들어내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더 좋은 판단과 더 나은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인지.

AI 시대의 지구시민에게 필요한 것은 AI를 거부하는 것도, 무조건 찬양하는 것도 아닙니다.

기술을 목적이 아니라 도구로 바라보는 것.

그리고 그 도구가 향해야 할 방향에 인간의 건강과 지구의 건강을 함께 놓는 것입니다.

 

🌍 마지막 질문

러브록은 생애 마지막에 인간 이후의 지능을 상상했습니다.

하지만 『Novacene』을 읽고 난 뒤 우리에게 남는 질문은 어쩌면 AI의 미래보다 인간의 선택에 관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지금 지구 시스템을 변화시키는 힘과 새로운 지능을 만들어내는 힘을 동시에 갖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중요한 것은

누가 지구의 주인이 될 것인가가 아닙니다.

우리는 AI와 어떤 지구를 만들어갈 것인가?

그 답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지금 우리의 선택이 중요합니다.


📌 오늘 기억할 3가지

첫째, 제임스 러브록의 『노바센 Novacene』은 초지능의 미래를 확정적으로 예언한 책이라기보다 인간과 지능의 미래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대담한 전망으로 읽을 필요가 있습니다.

둘째, AI는 에너지·기후 문제 해결에 기여할 잠재력이 있지만, 동시에 데이터센터를 통해 빠르게 증가하는 전력과 물리적 인프라를 필요로 합니다.

셋째, 중요한 질문은 ‘AI인가 인간인가’가 아니라 ‘우리는 AI와 어떤 지구를 만들어갈 것인가’입니다.

그 질문에 답하고, 그 답에 맞게 오늘의 선택을 바꾸는 것.

그것이 AI 시대의 Planetary Health이며, 지구경영의 출발점입니다.

 

References

James Lovelock, Novacene: The Coming Age of Hyperintelligence, Allen Lane, 2019.

Tim Radford, “James Lovelock at 100: the Gaia saga continues,” Nature, 2019.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19-01969-y?utm_source=chatgpt.com

Planetary Health Alliance — What is Planetary Health?

IEA — Energy and AI

IEA — AI for energy optimisation and innovation